그것을 전문 용어로 뭐라 칭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단지, 어디서 주워들었던 간에, 나는 그것을 "도그마에 빠져있다."라고 표현한다. 그 상태는 '홀린', '미친'상태라고도 말할 수 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홀린', '미친'상태는 자신을 그러하도록 만든 주체를 그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반면, 그리고 자신이 그러한 상태에 있다는 것도 모르는 반면, '도그마에 빠져있는' 상태는 어쨌건 간에 인식 정도는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 '어쨌건간에 인식 정도는'이라고 아주 애매하게 표현했다. 이 말은, 홀리도록 만든 주체에 대해 그 자신이 명확히 실체를 알 수도, 모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 당시 나는 그러한 '도그마에 빠진' 상태에 있었다. 그리고 홀리도록 만든 주체, 즉 도그마는 수도없이 많았다. 너무도 많았다. 그리고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도덕성, 윤리
어린 시절에 숟한 거짓말을 해온 나는, 소위 '비정상적인 아이'였을까? '도덕성이 결여되어있다'라는 말은 과연 아이에게도 유효한 것일까? 지금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나,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갖췄다고 생각하는 나'는 그 갖춰왔던 도덕성을 과연 나 자신이 좋아하기 때문에 취했던 것인가? 풋, 나는 의무를 싫어한다. '해야만 하는 무엇'을 지극히 싫어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 의무를 지켜내는 것은 또 다른 목적, 즉 '나의 자유'를 얻기 위함이다.
푸훗, 과연 나의 능동성 아래에서 나는 그 도덕성을 갖춰왔던 것인지. 진짜로?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약 3할 정도는, 타인의 상식선에 나의 상식선을 맞추는 것이 편히 살아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상식! 그것이 옳은, 건전한 상식이건, 옳지 못한, 건전하지 못한 상식이건 간에 말이다. 3할... 그러면 나머지 7할은 오로지 나 자신만의 의지에 두었다? 나도 꽤나 잘난 놈이군.
여하간 나는, 말의 타당 여부를 떠나서 '상당히 도덕성이 결여된 아이'였고, 군대 시절에 보았던 수많던 철학서 덕분인지, '도덕성'의 중요함을 느껴왔으며, 그 없던 도덕성을 취하기 위해 몸부리던 시기가 바로 그 때였다. 그리고, 내가 구체적으로 알고 있던 여러 도덕적 덕목들, 그것들은 나를 압박하는, 나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나를 홀려있는 상태, 그 멍청한 상태로 만드는 '도그마'였다.
다시 한번 고민해본다. 왜 그 당시 내가 그토록 '도덕적'이 되고자 했을까?
그녀가 꽤나 도덕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와 '통'하기를 지극히도 원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도덕적이지 않고는 '통'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 앞에서 걸핏하면 가슴이 찔려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좆같은 '나이'의 문화, 내가 그녀보다 나이가 많기 때문에 내가 INITIATIVE를 갖고 관계를 끌어나가야 한다는 아주 타당치 못한 압박감 때문이었다. 고로 적어도 그녀보다 내게 더 높은 도덕성이 갖춰져 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좆같은! 개같이 힘들던..고통스러움. 그리고 내가 서있는 위치, 내가 사랑하던 사람들 앞에서의 '선배'라는 좆같은 위치 때문에.
분명, 보노 등의 이 패거리도 요론 '도그마'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무진장 고생을 하였기에, 청취자를 향해 'Don't 뭐시기'라는 명령조가 섞인 가사를 지어냈을 것이다. 굴지.. 머리에 생각이 많아지면 감각이 없어지지...
뮤직비디오보면 열라리 웃긴다. 보노가 아닌 엣지인가가 화면 한복판에 얼굴을 들여대고 노랠 부르는데, 옆에서 발로 얼굴을 미는 둥, 쌩지랄을 다한다. 그 뮤직 비디오 본 것이..내 고딩어 시절이니깐, 벌써 10년가까이 되어가는거 같은데... 여하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