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영화를 한창 작업 중이던, 그리고 결과적으로 실패했던 여자와 봤다는 것에 유감이다. 작업에 그닥 도움이 안될 것이란 것은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지만... 내 의지와는 달리 그리 흘러갔던걸 내 어찌하리. 그것도 인연이라 봐야지.
'복수는 나의 것'과 '올드보이'의 짬뽕에 불과한 금자씨에서 실망하고, 그나마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 나아지는가 싶더니만... 움. 국내에서의 평이 극과 극으로 갈린다고 하는 이야길 이미 들었었고, 전반적으로 평이 안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박찬욱 감독에 다시 한번 기대를 했었는데, 이젠 더 이상 기대 안하는게 좋을 듯. 어이없게도 본 영화를 가리켜 자신의 최고 영화라는데 내가 이해 못할 사차원 세계로 날아갔거나, 아님 관객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렸거나. 대중성이란 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욕을 먹는 대상이건 간에, 예술에서 간과될 수 없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임은 분명하지.
한마디로 말하자면, '걍 머리로 밀고 들어오는 발악'. 가슴을 움직이는, 아니 거기까지는 바라지는 않더라도 아주 잠시의 공감이라도 할 수 있는 요소가 보이지 않았다는 뜻. 걍 싸이코들의 의미 찾기 힘든 놀이터. 도대체 여기에 인생의 어떤 진리가 녹아있던가.
또 하나 비판을 하자면, 송강호, 신하균의 출연 자체 만으로도 이젠 질린다. 감독의 편애도 이만저만 해야지, 도대체 몇 편을 우려먹는거야. 박찬욱 감독은 그들을 관객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듯한 생각마저. 가끔 울 나라에 쓸만한 배우가 없어 그렇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웃기는 소리 마시지요. 추격자 를 봐라. 거기 나왔던 주연, 조연 모두 송강호나 신하균에 절대 뒤쳐지지 않는 열연이다.
보다 중간에 몇번 웃기는 했는데, 날 웃긴 그 장면은 박찬욱 감독의 웃길려는 의도가 다분했는데, 다시 한번 미안하지만 사실 그 장면이 웃겨 웃었던 것이 아니라, 그 의도 파악되면서 어이 없어 나온 웃음이었다. 웃음이 되건 울음이 되건 뭐가 되건 간에, 머리로 무얼 할려면 역시 될리가 만무하다.
그나마 이 영화에서 건진 건, 똘끼로 똘똘 뭉친 김옥빈. 처음 데뷔했을 때부터 그 범상치 않은 눈빛에 눈에 띄었는데(쭉쭉빵빵 몸매나 인형같은 이목구비는 옵션에 불과하다), 이 괴상한 영화에서도 여지 없이 눈에 확연히 들어온다. 그녀 땜시 그나마 끝까지 나름 영활 지켜볼 수 있었다.
작가주의. 가끔 작가주의를 논하며 이러한 영화를 옹호하는 이들이 있다. 까시라고 해라. 작가주의 영화 역시 그들을 이해해줄 관객이 필요하다. 작가주의 영화는 재미없어도 되는가? 이 역시 까시라 해라. 관객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 자신의 만족만 추구하는 자뻑용 자위도구에 불과하다.
비판 많이 했다. 박찬욱 감독에 너무 큰 기대를 해서 그랬던 건지 모른다. 작업에 도움이 안되어 영화에 내 개인의 안좋은 감정을 뒤집어 씌운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하더라도 그닥 좋은 평은 나올리 만무하다는 생각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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