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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Final Cut

Category
예술/인문 소감
Tags
blade runner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
숀 영
Sean Young
Created time
2008/02/07
수없이 보아왔지만 정작 한 소리 하려면 수식어가 떠오르지 않는, 표현력 부재를 절감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영화. 디스토피아, 황량함, 삭막함, 외로움 정도... 분명 내게 인상을 남기기는 했는데, 그 인상이 무엇인지 언어로 표현되지가 않는다. 얄닥구리. 재미있는 건 좋은 작품이라 생각되는 영화일수록 그 영화가 내게 미친 영향, 느낌을 표현하기가 더욱 어렵다는 사실. 아, 이래서 평론가들이 영화 분석에 들어가는 건가? 분석을 하고 나면 뿌연 그 무언가가 상당수 걷히겠지. 하지만 정서적으로 파고들어 오는 이러한 느낌들은 왠지 분석이 있고 난 후에는 죄다 사라져버릴 것만 같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80년대 전체를 통틀어 당시 이 영화를 본 적이 없었는데, 이 영화를 처음 접했던 그 순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당시에 접한 것만 같았던 그런 얄닥구리한 느낌이 되살아난다. 그 느낌은 분명 디스토피아에 관계된 무엇이지만 딱히 이 블레이드 러너라고도 이야기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디스토피아를 이야기하는 다른 영화를 당시에 보았던 것도 아닌데. 이런 걸 가리켜 De javu라고 하는지. 본 영화로 인해 리들리 스콧 자신의 영화 인생을 포기할 뻔했던 정도로 흥행에 참패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당시의 타 영화 및 비슷한 매체에 그리 많은 영향을 미치지도 않았을 터이다.
이 분명하지 못한 느낌을 자꾸만 이야기하려는 이유. 영화의 줄거리, 담겨진 사상과는 별도로 풍겨오는 특유의 정서만으로도 이 영화가 주는 인상이 그만큼이나 강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극적이라는 뜻도 아니다. 물에 적셔져 가는, 전체를 감싸 안아 서서히 파고드는 듯한 그런 느낌들. 그러한 느낌들 중 반 이상은 비주얼이 아닌 배경음악으로 인한 것이다. 단일 전자음을 통한 웅장 야릇함의 표현. 음악 감독의 이름은 반젤리스(Vangelis)라는 군.
그만큼이나 예술성을 강조한 탓에 참패를 당했지만, 이렇게 지속시청 가능한 영화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아래와 같은 회화적 샷도 장시간 덧붙여 보여준다. 그녀의 이름은 Sean Young. 알고 보니 에이스 벤츄라에 나왔던 그 싸가지 여반장이었다. 이 아름다운 여성이 그리 험악한 아줌마로 돌변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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