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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로마 세계의 종언

Category
예술/인문 소감
Tags
아널드 토인비
로마인 이야기
시오노 나나미
역사의 연구
Created time
2007/04/02
아널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 군대 있을 때 상당한 의미를 갖고 보았던 역사 철학서였다. 어디서 들었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역사를 바라보는 정통적 시각을 제시한다고 했던가? 여하간 이 책을 읽는데, 이놈의 책이 독자로 하여금 거의 전 문명에 걸친 역사적 사실에 대한 배경 지식을 기본으로 요구하며 글을 전개하는 것이었다. 특히 거론을 많이했던 문명은 유럽인답게 로마였다. 해서 보기 시작한 것이 본 '로마인 이야기'. 본 로마인 이야기에서도 자주 거론되던 기번의 '로마 제국 쇠망사' 등의 다른 로마 역사서를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이 놈의 시리즈 물이 겉 표지, '~이야기'란 제목에서도 보이듯 평이하면서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유발하지 않던가. 이렇게 읽기 시작한지 무려 9년. 본 시리즈 물의 마지막인 15권: 로마 세계의 종언에 이르기까지 처음 선택시 기대했던 평이함과 재미와 함께 로마를 제대로 쑤셔주었다.
나나미 본인도 인정하듯, 토인비의 역사관과는 사뭇 다른 관점에서 로마를 서술한다. 토인비는 공화정까지로 로마 문명의 상승기로 보고, 실질적으로 제정이 시작되는 카이사르부터는 문명의 하강기로 보지만 나나미는 오현제 시기를 기점으로 하강기가 펼쳐진다고 말한다. 토인비는 (말로만) 미국이 그렇게나 외쳐대는 '민주주의'를 기준으로 그 문명의 흥망시기를 결정하지만, 나나미는 이러한 이데올로기를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해당 문명 속에 위치했던 사람들의 삶의 질을 기준으로 그 시기를 판단한다. 무엇이 더 정확한가, 올바른가를 내가 감히 논할 수는 없다. 다만 '민주주의'란 이데올로기도 결국 내가, 내가 속한 사회가 잘먹고 잘살기 위한, 행복하게 살기위한 하나의 도구라는 생각에 비춰보면 다소 나나미 쪽이 좀더 진실에 더 다가서지 않았나 하는 생각.
본 시리즈 물은 476년 야만족과 오도아케르로 인한 서로마 제국의 멸망, 565년 동로마 제국(비잔티움 제국) 황제 유스티니아누스의 죽음과 함께 끝을 맺는다. 하지만 동로마 제국은 그로부터 무려 900여년이 지난 1453년까지 살아남는 끈질김을 보이는데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쏠린다. 여기서부터는 어떤 책을 참고해야지?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도 유럽 중세와 역사를 함께했던 동로마 제국에 대해서는 별다른 서술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보니 서로마 제국의 멸망을 '로마 제국 전체의 멸망'으로 받아들이는 이 책을 포함한 기존 역사 서술에 대해 의문이 남는다. 역사적 사실도 그렇거니와 로마 제국의 정통성은 서로마 제국보다는 동로마 제국에 더 남아 있었다. 이러한 역사 서술법은 서유럽 중심의 역사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사실 알고보면 유럽을 주름잡아온 주요 국가 - 영국(앵글, 섹슨), 프랑스(프랑크), 독일(게르만 - 동고트?) - 의 민족적 혈통은 당시로 따지면 모두 서로마 제국을 멸망시킨 '야만족'에 속한다).
(사이비이긴 하지만) 카톨릭 교도인 나에게, 콘스탄티누스, 테오도시우스에게 대제라 호칭을 붙인 이유를 설명한 점, '성(saint)'이란 접두어를 붙이는 아우구스티누스, 암브로시우스에 대해 비 종교적 설명을 자세히 붙인 점이 특히나 흥미롭게 다가왔다. 특히 아우구스티누스가 타 종교도 아닌 타 종파에 그렇게나 탄압을 많이 했다는 점이 재미있다.
p.s.
시오노 나나미. 자신의 선조도 아닌 유럽인의 역사를 그토록이나 애정을 갖고 연구했다는 사실. 일종의 서양에 대한 사대주의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시리즈 물 내내 스쳐갔다. 움.. 이건 있는 그대로 곱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문제 있는 자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