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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말하다(The Conscience of a Liberal) : Paul Krugman

Category
예술/인문 소감
Tags
폴 크루그먼
Paul Krugman
The Conscience of a Liberal
Created time
2008/12/06
아니, 'The Conscience of a Liberal'이란 단지 그의 blog 제목 뿐이었던 것은 아니었네. 진보주의자의 양심이라. 언제부터 그랬던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어느새 좌우 스펙트럼을 나누는 첫 번째 기준이 '정치적 사상'이 아닌 '경제학적 사상'으로 변해버렸다(뭐, 사실 정치와 경제는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인지라 이 같은 말을 하는 것도 뭐하긴 하다. 당장에 그 또한 근간에 내놓는 책들이 그의 영역인 '경제'가 아닌 '정치'이다(세상을 움직이는 주된 것이 경제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정치였다는 그의 고백을 뒤로하고)).
내가 경제학도가 아니기에 그의 영역에 대해 뭔 썰을 늘어놓기도 뭐했는데(하긴, 경제학도라도 딱히 그의 주장에 토를 달기도 만무했겠지만), 본 책은 다행이도 경제가 아닌 썰풀기에 딱 좋은 정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더군다나 위 겉표지 색상 만큼이나 그의 색깔도 뚜렷해서(그가 우리나라 온다면 여지없이 좌빨이다), 틀린 소리할 여지가 거의 없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된 내용은 부시 및 그를 만들어낸 미 공화당 까기이다. 원서 초판이 나온 것이 작년인데, 사실상 금년 미 대선을 위한 사전 선거운동으로 보이기도. 좌측 저편에서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거기서 거기여'라고 까는 촘스키 옹과는 달리, 민주당과 공화당을 확연히 구분한다(초점이 공화당에 맞춰있느지라 민주당 색깔을 설명하지는 않지만). '보수주의 운동'이란 온화한 표현으로 공화당의 성격을 규정하지만, 그 표현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면 '보수주의 운동'이란 '쓰래기'에 다름 아니다. '기독교 근본 주의' + '친기업시장주의'. 쥐새끼가 집권하며 그간 익숙해진 여러 용어(시장, 공급, 성장, 감세, 하나님, 민영화, 친기업 등)를 적절히 버무리면 위 내용이 나온다. 최근 그가 오바마를 상당히 지지했던 사실을 고려한다면, 여기서도 MB와 오바마가 궁합이 전혀 안 맞을 것이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그의 또다른 책인 '경제학의 향연'에서도 느껴지는 것이지만 그는 논조가 분명하다. 달리 이야기하자면 '누군가를 깔 때' 제대로 깐다는 뜻이다. 이는 약간 상식을 넘어서는 부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정점'에 이른 사람들 상당수는 두리뭉실한 경우가(또는 두리뭉실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전 세계를 상대로 정점에 이른 사람이니' 두려운 것이 없는 걸까... 란 생각도.
이 책 보다가, 그가 열심히 까는 대상을 열심히 쫓는 MB와 그의 패거리, 그리고 그들 손에 맡겨진 울나라를 생각해보면, 아주 자연스럽게 한숨이 나오고, 아주 자연스럽게 이 나라를 탈출하고픈 맘이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