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존재(existence, 存在): ‘있음’이란 속성
2.
현실(reality, 現實. 실재, 實在): 존재하는 어떤 것(물리적인 것 뿐 아니라 추상적인 것 역시 포함. e.g. 법, 법칙 등)
3.
진실(truth, 眞實): 현실과 일치하는 진술
4.
사실(fact, 事實): 객관적으로 검증된 진실
이들은 하위 정의가 상위 정의에 의존하는 연역 체계 내의 개념이다. 예컨데 진실은 현실을 떼어선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무쟈게 많이 쓰이는, 그 빈도 만큼 또는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이들 용어를 20여년째 명확한 정의 없이 쓰고, 읽고 해서 정리한다. 얼마전 어쩌다 보게된 20대 초반에 쓴 일기에도 어설프게나마 이들 용어를 정의하고 있던 것이다. 그 때도 해깔리고 있었다는 뜻.
AI(Grok 등) 제외하고 별도로 무엇을 참조해서 정리한건 아니지만 그닥 틀리지 않을꺼라 생각한다. 어쨌건 이들 개념은 종교, 철학은 뗄래야 뗄 수가 없는 무엇일 듯. 아래는 이를 정리하며 알게된 몇가지 관련 내용이다. 오직 AI에 근거했기에 사실이라곤 주장 못하겠다(하지만 이 역시 그닥 틀리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행복량은 진실 보유량에 비례한다
20대 초반에 내게 일종의 경구처럼 다가와 지금까지도 수시로 곱씹게 만드는 문구인데 출처가 불분명하다. 정확한 워딩도 기억 안나고. 에리히 프롬일거 같은데 잘 안찾아진다. AI한테 물어보니 그나마 유사한 말을 소크라테스가 했다고. 지식 == 진실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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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arete)은 지식(episteme)이며, 지식은 행복(eudaimonia)으로 이어진다 - 소크라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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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眞理)란 용어도 종교, 철학에서 많이 쓰이는데, 그래봤자 영문 대역어는 truth, 즉, 진실에 불과하다. 뭔가 또다른 거창한 의미가 달라붙어 있단게 아니란 뜻(그런 거창한 분위기는 특히 종교 맥락에서 그러하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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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기준으로 한 진실(ἀλήθεια, truth)의 정의는 대응 이론(correspondence theory of truth)에 근거한다고. 그리고 대응 이론은 현대의 진실 정의의 주류이고 출발은 무려 아리스토텔레스이고 그의 형이상학(Metaphysics)란 책에서 아래와 같이 정의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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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어 원문: "τὸ μὲν γὰρ λέγειν τὸ ὂν μὴ εἶναι ἢ τὸ μὴ ὂν εἶναι ψεῦδος, τὸ δὲ τὸ ὂν εἶναι καὶ τὸ μὴ ὂν μὴ εἶναι ἀληθέ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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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존재하는 것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이며, 존재하는 것을 존재한다고 말하고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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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어의 진실 - ἀλήθεια (aletheia): 단어 풀이는 "a-" (부정) + "lethe" (은폐)라고. ‘숨기지 않음’이란 뜻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롭다. 우리는 무언가를 숨기는 태도를 가리켜 진실되지 않다라고 표현하곤 한다. 오랜시간 진실과 개방성, 투명성을 서로 강하게 연결된 무엇으로 생각해왔는데 둘 모두가 동일 표현에서 만난다는 점에서 흥미를 넘어 흥분되는 지점이다. 아래는 개방성, 투명성 관련 그간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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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의 진실 - veritas: 참된, 실제란 의미라고. "verus" (참된, 실제의) + 명사형 접미사 -itas의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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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 진실 - truth: 게르만어파 원어 "treuwaz" (충실한, 신뢰할 만한)에서 유래하여 약 기원후 8-10세기의 고대 영어 "trīewþ" 또는 "treowþ"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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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 사실 - fact의 어원: 라틴어 factum에서 유래. 로마 법률 문서에서 "factum"은 실제로 발생한 사건이나 행위를 지칭. "행해진 것"에서 시작해 "검증된 사건"으로 좁혀짐. 처음부터 사건·현실 중심이라 객관성에 더 가까움. 중세 후기~근대(15-17세기)를 거치며 대응이론 맥락에서 법률(증거), 신학(성경의 사건), 과학(관찰된 데이터)에서 "검증된 현실"로 재정의되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