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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현실, 진실, 사실

Category
自省(Introspection) / 세상살이
Tags
존재
현실
진실
사실
아리스토텔레스
aletheia
veritas
existence
reality
truth
fact
Created time
2025/05/31
1.
존재(existence, 存在): ‘있음’이란 속성
2.
현실(reality, 現實. 실재, 實在): 존재하는 어떤 것(물리적인 것 뿐 아니라 추상적인 것 역시 포함. e.g. 법, 법칙 등)
3.
진실(truth, 眞實): 현실과 일치하는 진술
4.
사실(fact, 事實): 객관적으로 검증된 진실
이들은 하위 정의가 상위 정의에 의존하는 연역 체계 내의 개념이다. 예컨데 진실현실을 떼어선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무쟈게 많이 쓰이는, 그 빈도 만큼 또는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이들 용어를 20여년째 명확한 정의 없이 쓰고, 읽고 해서 정리한다. 얼마전 어쩌다 보게된 20대 초반에 쓴 일기에도 어설프게나마 이들 용어를 정의하고 있던 것이다. 그 때도 해깔리고 있었다는 뜻.
AI(Grok 등) 제외하고 별도로 무엇을 참조해서 정리한건 아니지만 그닥 틀리지 않을꺼라 생각한다. 어쨌건 이들 개념은 종교, 철학은 뗄래야 뗄 수가 없는 무엇일 듯. 아래는 이를 정리하며 알게된 몇가지 관련 내용이다. 오직 AI에 근거했기에 사실이라곤 주장 못하겠다(하지만 이 역시 그닥 틀리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행복량은 진실 보유량에 비례한다
20대 초반에 내게 일종의 경구처럼 다가와 지금까지도 수시로 곱씹게 만드는 문구인데 출처가 불분명하다. 정확한 워딩도 기억 안나고. 에리히 프롬일거 같은데 잘 안찾아진다. AI한테 물어보니 그나마 유사한 말을 소크라테스가 했다고. 지식 == 진실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덕(arete)은 지식(episteme)이며, 지식은 행복(eudaimonia)으로 이어진다 - 소크라테스
진리(眞理)란 용어도 종교, 철학에서 많이 쓰이는데, 그래봤자 영문 대역어는 truth, 즉, 진실에 불과하다. 뭔가 또다른 거창한 의미가 달라붙어 있단게 아니란 뜻(그런 거창한 분위기는 특히 종교 맥락에서 그러하기 마련).
현실을 기준으로 한 진실(ἀλήθεια, truth)의 정의는 대응 이론(correspondence theory of truth)에 근거한다고. 그리고 대응 이론은 현대의 진실 정의의 주류이고 출발은 무려 아리스토텔레스이고 그의 형이상학(Metaphysics)란 책에서 아래와 같이 정의했다고.
그리스어 원문: "τὸ μὲν γὰρ λέγειν τὸ ὂν μὴ εἶναι ἢ τὸ μὴ ὂν εἶναι ψεῦδος, τὸ δὲ τὸ ὂν εἶναι καὶ τὸ μὴ ὂν μὴ εἶναι ἀληθές."
해석: 존재하는 것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이며, 존재하는 것을 존재한다고 말하고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참이다.
그리스어의 진실 - ἀλήθεια (aletheia): 단어 풀이는 "a-" (부정) + "lethe" (은폐)라고. ‘숨기지 않음’이란 뜻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롭다. 우리는 무언가를 숨기는 태도를 가리켜 진실되지 않다라고 표현하곤 한다. 오랜시간 진실과 개방성, 투명성을 서로 강하게 연결된 무엇으로 생각해왔는데 둘 모두가 동일 표현에서 만난다는 점에서 흥미를 넘어 흥분되는 지점이다. 아래는 개방성, 투명성 관련 그간의 글.
라틴어의 진실 - veritas: 참된, 실제란 의미라고. "verus" (참된, 실제의) + 명사형 접미사 -itas의 조합.
영어의 진실 - truth: 게르만어파 원어 "treuwaz" (충실한, 신뢰할 만한)에서 유래하여 약 기원후 8-10세기의 고대 영어 "trīewþ" 또는 "treowþ"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고.
영어의 사실 - fact의 어원: 라틴어 factum에서 유래. 로마 법률 문서에서 "factum"은 실제로 발생한 사건이나 행위를 지칭. "행해진 것"에서 시작해 "검증된 사건"으로 좁혀짐. 처음부터 사건·현실 중심이라 객관성에 더 가까움. 중세 후기~근대(15-17세기)를 거치며 대응이론 맥락에서 법률(증거), 신학(성경의 사건), 과학(관찰된 데이터)에서 "검증된 현실"로 재정의되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