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호 박사님과 함께한 전체 북유럽 학습탐사 코스. 푸른 선은 모조리 버스 이동이다. 14박 15일(25.08.30 ~ 25.09.14) 일정(출발은 25.08.29 밤)으로, 월말 김어준팀 20명 +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소위 박자세. 홈페이지 링크)팀 20명 + 알파 4명(박사님을 포함한 staffs)과 함께.
나의 두 번째 교주님(!)인 박문호 박사님과 함께한 북유럽 여행기이다.
Prologue
여름 휴가로 다녀온 이 여행의 정식 명칭은 아래 월말 김어준의 Youtbe 링크에 드러나듯(해당 이벤트를 통해 갔다) ‘박문호 박사와 함께하는 북유럽 7개국 학습 탐사’. 탐사 주제는 입자물리학 + 신성로마제국 및 스칸디나비아를 포함한 주변 지역사. 무시무시하다.
월말 김어준에서 진행하는 여행 이벤트 중 하나로, 본 학습 탐사 주제가 드러난다. 내가 특히 끌린 지점은 ‘대칭’. 이 ‘대칭’ 땜시 적어도 내겐 난데 없는 아벨 기념관까지 가게 된다. 유명하다는 수학의 ‘아벨상’의 그 아벨 맞다.
내게 있어 박문호 박사님이 왜 교주님인지는
공부법 핵심: 대칭화, 모듈화, 순서화를, 그의 생각은
박문호 박사의 ‘철학’ 을 참조하면 된다. 참고로, 저 글을 쓰는 시점에는 직접 뵈고 대화를 나눈 사이가 아닌지라 ‘님’이란 존칭을 뺐지만 이제는 도저히 그럴 수 없다. 14박 15일의 쉽지 않은 함께한 기간은 물론이요, 수 차례에 걸친 그와의 식사 시간, 무엇보다 작별 인사 말씀으로 “자네는 내 젊은 시절을 보는 것 같군”이란 나에 대한 평까지 ‘하사’ 받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 말씀에 자부심이 차오르고, 곱씹을 수록 기분이 좋아지는지라.
독일에서 덴마크로 넘어가기 위해 거쳐간 Lübeck 항에서 박문호 박사님과 함께. 이 사진을 찍기 전까지 그와 나누었던 토론(?) 주제는 ‘자유의지란 존재하는가’. 유명하기 짝이 없는 이 질문에 그는 답하길, 그간 ‘없다’가 주류였는데 다시금 ‘있다’가 떠오르고 있다는 신경과학계의 트랜드를 전했다. 박사님 본인의 입장도 함께 물었지만 명확한 답변을 얻지는 못했다.
‘학습 탐사’답게, 탐사 전 한 달부터 무지막지한 숙제와 강의가 이어졌지만, 교주님으로 모시는 내 태도와는 달리 극히 일부만 소화했다. 숙제와 강의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프랑스, 독일 중세 역사 달달 외우기에 관련 서적 7권 읽기, 그리고 박사님 진행의 매주 목요일 3시간 화상 강의. 그 끔찍한 왕이름 순서 외우는건 기본 중 기본이다.
암기 자료는 가히 박사님의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두 분 조장님이 제공했는데, 대강 중고등 시절 많이 쓰던 시험용 요약 메모라 보면 된다. 여하튼 이중 내가 소화한 건 책 세 권(30개 도시로 읽는 독일사,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이야기 독일사)에 띄엄띄엄 들은 화상 강의 뿐인데, 일단 암기는 나랑 안맞고, 역사책을 세 권이나 읽은 마당에 나머지 네 권 역시 전부 역사책이라 질렸기 때문이다(그래도 유럽사 속의 전쟁은 재미있어 보여 사 두기만 했다. 현 시점까지 안 읽은 건 함정). 강의를 띄엄띄엄한 건 내가 언제부터 누구 말 듣는 인간이었다고... 가 아니라, 스스로 동기부여가 안되면 집중이 안되는 고질병(?) 때문이다. 탐사 전반의 주제는 내 관심사와 일치하지만, 강의 각각의 각 세부 주제까지 그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박사님은 암기를 어마무시하게 중요히 여긴다. 하지만 난 반대한다.
그는 울나라가 이만큼 큰 이유가 그간의 ‘암기’ 위주의 학습에 있다고 강변한다. 그리고 ‘이해’를 강조하는 현 시대를 개탄한다. 기억(암기)의 량과 질이 모자라면 그만큼 창의성도 떨어진다는 논리. 나아가 ‘이해’는 ‘하는 것’이 아닌 ‘오는 것’이라 논한다.
하지만 난 이에 반대하는데, 무엇보다 암기는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자연스러움’이란 ‘호기심의 발현’을 의미한다. 이게 발현해야 이를 해소할 ‘개념’을 찾게 되고, 찾고 나면 또 다시 ‘자연스럽게’ 장기 기억(LTM, Long Term Memory)으로 남는다. 맥락 즉, 해당 ‘개념’과 관련한 기존 타 개념들과 ‘연결’이 이뤄지기 때문인데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이해의 동반’이 된다. 나아가 호기심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내적 필요성에 의한 게 아닐까 싶은데, 이게 맞다면 그 익힌 ‘개념’은 더욱이나 LTM으로 남겨질 여지가 커진다. 무엇보다 호기심 해소는 재미로 이어지기에 이 행위는 지속가능성이 매우 높다.
암기는 이 모든 과정이 생략되기에 ‘순수 고통’이 되어 버린다. 따라서 이 행위는 지속이 어려울 뿐 아니라 별도로 맥락 연결이 요구되기에 효율성마저 떨어진다. 앞서 논한 내적 필요성이나 재미는 언감생심이다.
한편, 주류 교육학은 암기와 이해 모두가 필요한 ‘상보적’ 관계를 논하면서, ‘이해’에 더 방점이 찍혀 있다고 AI Gemini가 전한다(위의 내 주장은 너무 극단적이란 평과 함께
)
‘학습 탐사’는 뭐랄까, 끝없는 강의의 연속이라 하면 과장 조금 보탠 무엇이다. 강의는 새벽 6시부터 시작된다. 거의 매일! 한 시간 동안 진행되는 이 강의는 본 여행에서 상당 시간을 보낸 버스 안에서도 이어지는데, 버스 안에서의 시간 최소 2/3가 그 또는 가이드의 강의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답사지 방문 내내 계속된다.
비오는 날 호텔 밖 처마(?) 진행된 새벽 강의. 이런 와중에 강의 내내 대다수가 수첩에 받아 적고 있다. 보통 호텔 로비 구석이나 식당에서 강의가 진행되는데, 이날은 호텔 측이 장소 제공을 거부해서 옆건물, 게다가 밖에 서서 진행 되었다. 체코 프라하.
이 강의가 새벽 6시가 채 안된 시점임을 보여준다. 앞서 논했듯 난 관심 없는 주제듣는 데 잼병이기에, 상당 부분, 특히 여행 뒤로 갈 수록 이렇듯 강의 시간을 딴짓으로 일관했다.
독일 Freiberg의 뭔 광물 박물관(공식 홈페이지 링크) 앞에서 이루어진 박사님의 강의. 방문 당시 Sachsen(작센) 선제후 아우구스트란 사람에 대한 특별전도 함께 했다. 이 도시… 정말 썰렁한데, 우리 말고 외국인 관광객이 과연 존재할까 싶다. 그는 정말이지 ‘광물’에 꽂힌 분이다. 박물관, 특히 자연사 박물관을 거의 매 방문 도시마다 갔는데(…) 그 많은 전시물 중 광물에만 절반 이상의 시간을 보낼 정도. 난 아예 세 번째 박물관 방문 때부터는 도시 산책으로 따로 놀았다.
박사님은 탐사 대원이 노는 것을 용납 못한다. 강의는 인천 공항에서의 대기 시간부터 시작된다. 사람들이 들고 있는 책은 그가 직접 작성한 학습지로서 200 페이지가 넘는다. 대부분의 내용은 앞서 논한 암기용 개념 키워드 요약에 마지막은 그가 선정한 다수의 시(poet). 시는 버스 안 강의 마지막에 원로 탐사 대원에 의해 낭송되었는데, 이건 좀 참기 어려웠다. 아니나 다를까 중반 즈음부터 낭송은 제외되었다.
이어지는 내용은 방문한 각 도시 별로 챕터를 나눈다. 워낙 방문한 곳이 많아(거의 찍고 가기 수준) 전체를 담을지 모르겠는데, 누락된 곳이 있다면 그건 ‘운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