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구시가지 광장(Staroměstské náměstí, Old Town Square)에서. 프라하 역시 일전 유럽 배낭 여행에 다녀갔던 곳이라 별 감흥이 없다.
본 여행 후의 논란에 관하여
본 여행 후 첫 발행이 되는 월말 김어준 9월호에서 박문호 박사님 코너가 빠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원인은 여행 마지막 날부터 탐사 팀 전체 톡방에서 표면화된 본 여행 진행에 관한 논란이 커 보이는데, 특히 월말 김어준 게시판으로 확산된게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작용한 듯.
진행 주체와 이에 반하는 의견을 낸 쪽의 입장 모두가 이해되는 상황에서, 어쨌건 연재에서 빠진 것은 개인적으로 큰 유감이다. 박사님에 대한 개인적 호감은 재쳐두더라도, 박사님과 김어준 콤비로 만들어진 컨텐츠는 정말 만나기 쉽지 않은 수준의 무엇이기 때문이다. 논란 초반부터 이 상황이 우려되어 탐사주체 측과 반대 측, 그리고 월말 PD까지 적지 않은 분들과 논란 초기 비행 때부터 근래까지 의견을 나눴기에 아쉬움이 더한다.
본 논란 및 이에 대한 생각 정리는 이 여행기 마지막에서 다룰 예정이다.
체코 프라하(Praha)
프라하 역시 예전 유럽 배낭 여행 때 다녀온 곳으로, 다녀왔던 적지 않은 유럽 도시 중 가장 ‘이쁘장한’ 도시로 기억한다. 당시 이 곳을 찾았던 이유는 구 소련 영향을 받던 동구권 도시라 후질구래할거란 선입관에도 미션 임파서블 1에 보이던 프라하 전경이 꽤나 인상적이었던 어릴 적의 기억 때문. 냉전 때의 유명한 민주화 운동이었던 프라하의 봄도 한 몫 했겠고. 하지만 무엇보다 큰 맥락은 퀸의 보헤미안 렙소디이겠지(보헤미안이란 자유로운 영혼을 의미하며, 집시와 연관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여하간 그런 도시인데, 이 걸로 글을 시작한 이유는 빈과 마찬가지로 이미 다녀간 곳이라 별 감흥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는 연인하고나 올 곳이다. 근데 어쩌겠어 일정에 떡하니 박힌 곳인걸. 떡하니 박힌 이유는 이 여행의 주요 테마인 신성로마제국에 꽤나 의미있는 곳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탐사 전부터 신성로마제국의 7선제후를 (책과 강의에서) 지겹게 보고 들었는데, 보헤미아 국왕 겸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였던 카를 4세가 금인 칙서(Goldene Bulle)을 통해 이 황제 선출 제도를 확정했다고. 프라하는 이 카를 4세 때 보헤미아 겸 신성로마제국의 수도였다. 또한 카를 4세가 세운 카를 대학교(Karlova Univerzita)는 중부 유럽 최초의 대학이었다나. 여튼 이 도시는 죄다 카를이다. 카를교, 카를 대학교, 그가 세웠다는 가장 이쁘장해 보이던 성 비투스 성당, 그가 프라하를 중세 유럽 최대 규모 도시로 만들었다는 신시가지(Nové Město) 등등.
어쨌건 카를4세는 게르만의 후예이고 체코인 입장에선 타 민족이기에 싫어할 법도 한데, 그는 현대 체코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우리나라의 세종대왕 즈음으로 인식되는 위인이라나.
일전 유럽 배낭 여행 중 구시가지 광장에서. 죄다 앉아있는데 당시 뭔 페스티벌을 했던 기억이다.
페스티벌을 볼려구 앉았던게 아니라 하두 빨빨거리구 다니다 지쳐 다들 앉은 김에 나두 바닥에 퍼져 누웠다. 이 모습이 꽤 재밌겠다 싶어 찍은건데 괜찮은 구도네 ㅋㅋ
2일차(2025.08.31)
여하튼 어찌저찌 빈(Wien)에서의 여정을 끝내고 버스로 체코 프라하로 갔다. 프라하에서의 일정 시작은 저녁 식사로, 프라하의 새로운 가이드가 이끈 곳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국 식당.
버스가 들어갈만한 거리가 아니라 버스에서 내려 도보로 얼마간 이동해서 도착했는데, 이 식당이 위치한 거리 내내 한글 간판의 식당이 꽤 보인다. 게다가 배낭 여행 당시 머물렀던 호스텔과도 비슷해보이는 위치여서 당시 생각이 모락모락. 어쨌건 이들 식당 중 하나를 지나치는데, 주인장인지 모를 어떤 분의 우리 일행을 바라보는 표정이 별로 좋지 않다. 나중에 밥먹었던 식당 측 이야기를 잠시 들었는데, 이 지역에 한국인 식당이 꽤 모여있는데 (경쟁 관계 때문인지) 사이가 별로 안좋다고. 뭐 사정이 있겠지만 멀리 타지에서 좀 거시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쪽팔리게스리.. 게다가 지금은 K-시대인데.
찍은 사진이 없어 Google Map에 있는 사진을 긁어왔다. 갔던 밥집이 여긴지도 긴가민가하는데, 대충 비슷한 거리 분위기였기에 이걸로 대체한다. 출처: https://maps.app.goo.gl/ZmXRUoaS1RXbAmZp7
밥먹고 호텔로 갈 줄 알았더니만 가이드가 어디론가 몰더니만 도착지는 비타바(Vitava) 강가. 아 근데 가자마자 다시 버스로 올라탄다. 이게 뭐여 싶었는데, 그 유명하다는 프라하 야경 볼 예정이었지만 박문호 박사님의 반대로 취소되었다고. 박사님, 가이드 그리고 전체 진행을 관리하시는 팀장님의 표정이 좋지 않다. 어쨌건 프라하 야경 관람은 다음날 진행되었다.
도착한 호텔은 빈에서와 마찬가지로 시내에서 꽤 떨어진 곳인데, 빈과는 달리 옆에 24시간 편의점이 있다. 시내에 호텔이 위치하지 않는다는건 꽤나 아쉬운 일인데, 시내로의 이동 시간은 둘째치고 밤문화 탐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하간 도착 곳은
북유럽 여행기(a.k.a. 학습탐사): Prologue 내 사진의 호텔 밖 처마에서의 새벽 강의 사진의 호텔로, 언급할만한건 빈과는 달리 멀쩡한 호텔이라 안심했다는 정도이다.
대강 여장을 풀고 호텔 로비에서 가이드와 팀장님, 룸메이트 형님과 아까의 사건(?)을 안주로 편의점에서 사온 맥주캔을 땄다. 결론은 가이드가 박사님한테 무지 삐졌다, 내일 일정이 걱정된다, 팀장님은 이 여행 관리하느라 무지 힘들겠다란 생각. 룸메이트 형님은 팀장님 마음을 열심히 챙겼다.
3일차(2025.09.01)
여지없이 새벽 강의로 하루가 시작. 강의 내용은 기억 안난다. 역시나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을 것이다. 근데 이건 기억난다. 가이드와 박사님의 역할에 관한 내용으로, 가이드의 역할은 방문지의 현재, 박사님은 과거, 즉 역사를 담당할 것이라고.
호텔 조식의 아침 식사 후(아침 식사는 모두 호텔 조식이었다) 가이드와 식후 땡을 했다. 박사님과 가이드 역할 분담에 관한 박사님의 생각을 전함과 동시에 그의 삐친 마음을 토닥였다. 가이드 삐치면 프라하 일정 아작난다. 박사님 생각을 전한 이유는 가이드가 이를 알아야 더 안 어긋난다는 생각이었는데, 결론적으로 덴마크 가이드를 제외하고는 최고의 가이드가 되었다. 그는 기대대로 박사님 성향 파악을 다 끝내고 나름의 그럴싸한 대안도 갖고 있었다. 내가 전한 건 양념 정도였는지도. 내게는 이날 밤에 술까지 샀는데, 내 담배 꽤나 꾸어간거, 뒤에 언급할 가이드의 난감 상황을 도운 보답이라고. 나랑 동갑이었던건 별로 안중요하다.
사진 흔적으로 보는 프라하에서의 흔적. 빈과 마찬가지로 여기 역시 일전에 다녀갔던 곳이기에, 거의 대부분이 유럽 배낭 여행 당시의 사진이다. 좌측하단이 유럽 최대 규모에 성 비투스 성당까지 포함한 프라하 성이고, 우측 끝은 이번에 갔던 국립 자연사 박물관(Národní muzeum - Přírodovědecké muzeum)으로 그 앞이 신시가지의 바츨라프 광장이다. 상단 끝은 레트나 공원(Letenská pláň).
배낭 여행 당시는 유레일 패스(Eurail Pass)로 다녔기에 기차역(위 그림에서 중앙 최우측)이 출발과 종료 지점이고 전부 도보 여행이었는데, 지금 다시보니 당시 레트나 공원에 신시가지까지해서 참 빨빨거리고 잘 다녔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이번에는 버스로 프라하 성부터 바로 시작했다. 윗 그림 상 좌측 끝에 보이는 도로 즈음에서 올라온 듯.
프라하 성에서부터 카를교 거쳐 구시가지 광장까지, 전형적인 관광객 모드로 돌았다. 왠일로 중국인이 별로 안보이고 보이는 동양인은 거의 대부분 울나라 사람이었는데 죄다 어리다. 그치,, 여기는 동화에 나오는 그 이쁘장한 동네란다. 왠일로 중국인이 안보이냐고 가이드에게 물었더니만 요즘 중국 사정이 안좋아 중국 정부 차원에서 해외 여행을 막고 있다고.
중간에 가다보니 ‘변신’으로 유명한 프란츠 카프카가 궁상맞게 살았던 곳으로 가이드가 이끈다. 일전 배낭 여행 때는 가이드가 없어 존재조차 몰랐던 곳이다. 이 이쁘장한 도시에 살면서 왜 그리 우울했을까, 왜 글은 체코어가 아니라 독일어로 쓰는 반민족적(?) 행위를 했나 의문과 함께 구경했는데, 지금 찾아보니 유태인이었다고. 체코, 독일, 유대의 세가지 정체성에 혼란이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일전 배낭 여행 때 찍었던 성 비투스 대성당 외관. 내가 지금 껏 본 가장 멋진 성당이다. 가까이 보면 각 모서리마다 입벌리며 우왝하고 있는 괴물 조각이 있는데 이게 판타지류에서 자주 나오는 가고일(Gargoyle)로 개뽀대 포인트. 우웩하고 있는 건 빗물로, 빗물을 외부로 흘려보냄으로 석조물 부식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성 비투스 대성당 내부. 일전 배낭 여행 때는 내부로 안들어갔기에 처음 본 것임에도 역시나 별 감흥이 없었다. 고딕 양식의 뽀대나는 내부는 예전에 딴 성당에서 다 봤던 무엇이라 그렇겠다 싶었지만 잘 생각해보면, 프라하는 이미 다 본거란 김빠진 마음 땜시 더 그랬을 듯.
프라하 성 서쪽 정문 앞의 흐라드찬드케 광장(Hradčanské náměstí)에서. 왔던 곳이라 유명한거 찍기 싫어 이런거 찍고 다녔다. 사진 방향 반대편으로 프라하 성 서문이 있는데, 그 안에 보이는 건물이 대통령 집무실이라나 머 여하튼 거기서 근위대 교대식을 한다고. 우리가 갔을 때는 그거 하던 시점이 아니라서 못봤다.
이 옹기종기 모인 주황 지붕의 광경이 ‘이쁘장한’이란 프라하에 대한 인상을 심었던 대표적 이미지 중 하나이다. 좌하단에 두발 올린 신발이 삐죽 보이는데, 당시 프라하 성 내 카페에서 지쳐 다리 뻗고 프라하 전경을 보던 내 모습. 이 곳을 지금 확인해보니 로브코비츠 궁전 레스토랑 & 카페(Lobkowicz Palace Restaurant & Café)라고.
점심 식사로 Pilsner Urquell 마크가 대문 정면에 떡하니 붙은 곳으로 가이드가 안내한다. 식사로 체코 전통 돼지고기 요리라고 하는 꼴레뇨(Koleno)란 게 나왔는데 걍 돼지 족발에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게 구운거라 보면 된다. 이후 먹게 되는 독일의 학센(Haxen)과 다를 게 없다. 아니 근데, 또다시 술이 없다. 명색이 Pilsner Urquell인데! 마침 내가 앉은 자리 옆으로 박사님이 계셔서 바로 물어보았다.
박사님, 맥주시켜도 되겠죠? 여기가 Pilsner Urquell 본점이라 하던데요.
박사님은 별 싫으신 뉴앙스 없이 문제없다고 바로 답을 주셨다. 그 즉시 함께한 일행 자리 여기저기서 맥주를 시킨다. 다들 역시나 눈치를 보고 있던 것이다. 박사님과 사모님께도 여기 술이 오리지널이라고 소개하며 권해드렸지만 두 분 모두 술을 못드신다고.
점심 식사 장소였던 화약탑 근방에 위치한 콜로브라 첼니체(Kolkovna Celnice)란 체코 전통 음식 식당. 당시에는 필스너 우르켈 직영 식당이라 들었는데, 지금 찾아보니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체인점이라고. 전통 식당이라기엔 인테리어가 걍 펍에 가깝다.
다음 일정은 또다시 찾아온 바츨라프 광장 끝자락에 있는 자연사 박물관. 체코 국립 박물관(Národní muzeum)의 일부라고. 시간 별 입장 제한이 있는지 로비에서 약 40분 정도 기다렸는데, 바로 박사님의 강의가 시작된다. 역시나 다들 필기를 하며 강의를 듣는 사이, 나는 주변을 배회하다가 문득 누가 강의를 듣고 누가 안듣는지 알고 싶어졌다. 결론은 ‘남자는 놀고 여자는 공부한다’(물론 예외가 있긴 하다). 예전 월말 김어준 방송에서 박사님이 ‘남자는 부어라 마셔라만 하고 여자만 공부한다’라 했는데 그대로 드러난 장면이다.
이 때부터는 박사님과 일행을 뒤로하고 독자적으로 박물관을 돌기 시작했는데, 1층을 마치고 2층으로 오르는 사이 한 분이 2층에서 Lucy를 전시한다고 얼른 올라가보라고 하신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그 Lucy요?’라 물었더니 맞단다. 놀란 마음에 얼렁 뛰어올라 관람을 마치고 나와 뿌듯해하는 나. 왠지 이 전시 하나만으로도 이번 여행 성공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한 마음마저.
그런 뿌듯한 나의 마음 와중에, 박사님은 이 전시를 이미 누가 알려주었음에도 광물 등의 1층 일반 전시에 전체 시간을 다 썼다. 그리고는 퇴장 이후 한 말씀하시길,
그거 별거 아니에요. Lucy in the Sky with Diamond란 비틀즈 노래에서 딴 이 이름은…
아, 역시 박사님은 남다르다. 무려 세계 최초 Lucy 일반 전시인데도 이렇게 쿨하다니!
참고로, Lucy를 처음 발견한 사람이 발견 당시 이 노래를 들었기에 땄고, 사실 Lucy보다 더 유명한건 이 노래의 두문자가 LSD인데, LSD는 그 노래 당시 가장 유명한 마약으로 이 노래가 이 마약을 의미하는거 아니냔 의심을 받았다. 그들은 부인했지만 난 여전히 의심한다.
무려 이걸 본거다. “… 루시의 유골을 발견해 소장하고 있던 에티오피아 국립 박물관에서 60일간 대여한 건데요. 유럽은 물론 에티오피아에서도 대중에 공개된 적이 아직 없었다고 합니다 …”
Lucy 전시 중의 사진. 촬영 직후 안내원이 촬영을 막아섰다. 원래 촬영 불가란다. 따라서 이 사진을 얻은건 행운이다. 비전문가인 내 입장에서 보았을 때 솔찍 별 볼건 없다. 오히려 사진에 보이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인형이 더 볼만한지도.
Lucy 이외에도 Selam이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이 화석을 함께 전시했는데, 이 화석은 Lucy보다 10만년 앞선 화석이라고. Lucy 이후에 발견되었기에 덜 유명한 듯.
이후 바츨라프 광장을 내려와 트램을 타고 카를교에 가서 관련 역사적 썰을 듣고, 구시가지 광장으로 가 시계탑의 프라하 천문 시계(Pražský orloj)의 인형극 썰까지 듣고 나니 저녁 시간. 하루 종일 걷느라 기진맥진한 상황에서 가이드가 한시간 정도의 자유 시간을 주길래 팀장님과 시계탑 정면의 카페로 이동했다.
이미 일행 일부가 자리를 잡고 있어 우리를 반긴다. 앞선 빈에서와는 사뭇 다른 스타일의 대모님 같은 분께서 시원하게 맥주를 쏘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들이키며 잡담을 나누는 사이, 가이드가 내게 와 카를교에서 두 분이 낙오하셨다고 내게 이 분들을 모셔와달라고 부탁한다. 본인은 식당으로 일행을 이끌어야 한다고.
두 분을 모시고 식당으로 가는 중에 들으니 카를교 전망대를 오르느라 이동을 놓치셨다고. 어쩌다보니 이동 직전의 인원체크가 제대로 안되었던 모양이다. 인터넷 다 터져 카톡 음성통화도 가능한 상황에서 이런 일은 별거 아닌데, 내 입장에선 뭔가 중요해보이는 일을 해낸 듯 보이기에, 게다가 가이드가 보답으로 술까지 산다했기에 그저 땡큐인 무엇이다.
카를교 전경. 배낭 여행 당시 당시 뭐 땜시 카를교에서 이 멀리 떨어진 곳까지 내려와서 이걸 찍었는지 당쵀 기억이 안난다. 하긴 15년전의 별거 아닌 무엇을 기억하고 있으면 그게 신기한거다.
시계탑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있는 나. 박사님의 사모님이 찍은 사진인데, 사모님은 여행 내내 DSLR을 들고 다니며 거의 전문 사진사처럼 움직였다.
여하튼, 어찌저찌 저녁 식사를 구시가지 광장 근방 식당에서 마치고 전날 논란이었던 프라하 야경을 본 후 호텔로 이동. 이로서 프라하의 일정은 끝났다.
어제의 술 멤버로 이번에는 호텔 바에서 맥주를 시켜 마셨다. 가이드에게 역사 등 여러 설명과 진행 뿐 아니라 우려했던 박사님과의 관계도 좋아보였다 전했더니만, 박사님과는 중간에 역사에 대해 토론까지 했다는 너스래까지 떤다. 앞서 전했던 대로 이 술은 가이드가 샀다. 함께 마신게 나 뿐이 아니었고 타지에서 일하는데 부담을 지우는 듯하다는 마음을 전했더만, 돈 잘벌고 꽤 잘나가는 가이드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렇게 계속 잘 풀려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4일차(2025.09.02)
역시나 새벽 강의로 하루가 시작. 어제는 호텔 내 식당에서 진행되었던 것과는 달리, 앞서 언급한
북유럽 여행기(a.k.a. 학습탐사): Prologue 내 사진의 호텔 밖 처마에서 진행되었는데, 호텔 측에서 자리 대여를 거부했단다. 새벽 강의를 스킵할만도 한데 장소 불문하고 그대로 새벽 강의는 이어진다. 이를 강행하는 박사님도 대단하지만 낙오 없이 그대로 따르는 일행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몰려온다.
이동 장소는 프라하에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프리브람(Příbram)이란 곳의 광산 박물관. 박사님의 광물에 대한 사랑은 어마무시하다고 이미 앞서 전했다. 일정 상 광산학교는 프라이베르크라 프리브람은 뭔가 싶었는데 지금 확인해보니 없는 일정이 추가된 듯. 그 만큼이나 그의 광물 사랑은 크다는 뜻이다.
딱히 광물에 애정이 없는 나로서는 당연스럽게도 이곳에 대한 별다른 감흥이 없다. 전시물 중 어마무시하게 큰 피스톤이 있는데 다용도로서 광물 등 다양한 물건을 끌어올리고 이동시키는데 사용되었다고. 광부가 타는 열차를 타고 광산 깊숙히 들어가는데, 그 곳 가이드 설명 중에 우라늄이 채굴되었다는 말이 들려온다.
흠, 그렇다면 냉전 시기에도 채굴되었다는 것이겠고, 당장 ‘아오지 탄광’과 함께 정치범이 떠오른다. 마침, 일행 중 한 분이 이 정치적 의미의 의문을 내게 던지시길래, 광산 측 가이드에게 바로 이를 물어봤다. 역시나 공산주의 시대에는 정치범의 강제 노동이 이루어진 곳이란다. 지금 다시 확인해보니 보이나 기념관(Památník Vojna)이란 이 박물관과 별도로 떨어진 곳의 이 광산 박물관 분관에서 공산주의 희생자를 기린다고 한다.
프리브람 광산 박물관(Hornické muzeum Příbram) 정문에서. 박물관 정문이라기엔… 뭔가 좀 스산한 느낌이다. 당연스럽게도(?) 관람객은 우리 말고는 없었다.
박물관에서 운영하는 광산 열차. 이 열차를 타고 한참이나 들어가 여러 광물 관련 전시물(?)을 관람하고 광산 측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다.
광부들의 수호자 조각상. 성 프로콥(St. Prokop)이란 체코 광부들의 수호성인이라고 Gemini AI가 전한다.
프리브람 광산 박물관 관람을 마침과 함께 체코에서의 여정은 끝났다. 아 하나 남았는데, 체코에서 독일 라이프치히(Leipzig)로 버스로 넘어가는 도중에 위치한 아래 사진의 Orion이란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뭘 먹었는지 기억조차 안남을 만큼 별거 없다. 사진은 걍 이런 여정을 했다는 위치 표시용으로 찍었다.
체코 프리브람에서 독일 라이프치히로 넘어가는 와중의 식당. 점심 식사를 했고, 그 밑의 가게에서 물 등을 사려했는데 영어가 완전히 안통했다는 기억 말고는 딱히.
북유럽 여행기(a.k.a. 학습탐사): 독일 라이프치히(Leipzig)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