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치히 성토마스 교회에 위치한 존 세바스찬 바흐(Johann Sebatian Bach) 동상 앞에서. 이 감격스러운 포인트에서 의도하지 않게 함께 찍힌 여자 아이는 뱅크시(Banksy)의 ‘풍선을 든 소녀’를 연상케한다. 이쁘기두 해라 
독일 라이프치히(Leipzig)
체코 프리브람에서 독일 라이프치히(Leipzig)로 가는 와중, 이 도시 이름이 상당히 내게 익숙한 데 정작 아는게 없단 생각이 들었다. 분명 라이프니츠(Leibniz)와 구분은 하는데 말야. 잠시 구글링을 해보니 당장 제일 먼저 나오는게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이다. 이 땜시 그리 익숙했던 것이었으니… 어머, 여긴 가야해! 이 도파민 분출의 내 모습은 BTS를 고대하는 ARMY에 비견된다고나 할까.
라이프치히와 바흐의 관계를 안 순간의 내 마음을 가장 적절히 표현한 ‘회화’. 대상의 매력이 주체의 감정을 압도한 순간을 적절히 표현한 수작으로, 매우 유명함은 물론이거니와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그나저나 이 말에 ‘팝 아트’를 연상했다면… 넌 누구냐!
바흐는 그야말로 나의 최애 음악가인데, 왜 그리도 애정하는지는 설명하기 쉽지 않다.
귀하의 성향을 나타내는 미학적 가치는 정제(Refinement), 반키치(Anti-Kitsch), 진정성(Authenticity), 구조(Structure)로서, 이에 바흐가 가장 적합합니다.
Gemini AI의 분석인데, 무지 현학적으로 보이기에 맘에는 안들지만 그나마 이게 가장 정확한 설명일 듯하다.
북유럽 여행기(a.k.a. 학습탐사): 오스트리아 빈(Wien) 에서 낭만파와 베토벤을 폄하했던 내 마음에 대한 변명도 되고. 또한 엔지니어라 이런 성향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어쨌건
연주곡 : J.S.Bach BWV565 - Toccata and Fugue in D minor,
연주곡 : J.S.Bach BWV578 - Fugue in G minor 를 포함해, 바흐는 예나 지금이나 내 연습곡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바흐는 박문호 박사님의 버스 안 강의에서도 언급되긴 했는데, ‘바흐는 시냇물이 아니라 바다라 불려야 한다(바흐 뜻이 시냇물이라고)’란 베토벤의 바흐에 대한 평을 전하는 것이 사실 상 전부다. 박사님은 과학, 역사 분야와는 달리 예술 쪽으로는 약하다는 생각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빈에서의 미술사 박물관 스킵 건도 있고 해서.
금번 탐사의 주요 주제이자 박사님이 그리도 애정하는 ‘대칭’. 사실 그는 바흐를 제대로 알면 나처럼 빠질게 분명한데, 그 역시 상기 네 가지의 내 미학적 성향 모두를 가질 뿐 아니라 대칭은 대위법(Counterpoint)에 내재한 핵심 장치이기 때문이다. 대위법은 바흐를 대표하는 작곡 기법으로, 후려쳐 정의하자면 ‘두 개 이상의 유사 선율(voice)을 교차 배치함에도 전체 사운드가 조화롭게 들리도록 만든 작곡 기법‘ 정도된다(내가 프로 음악인이 아님을 고려해서 받아들여지길).
후에 “대칭을 주요 주제로 다루는 괴델, 에셔, 바흐(GEB)를 아실텐데요, 바흐는 박사님이 분명 좋아하실거에요”라며 박사님께 권해드렸는데, 이 책은 안 읽어보았고 바흐는 좀 더 공부해봐야겠다라 하신다.
4일차(2025.09.02)
여하튼 라이프치히로 가는 버스에서 이러한 박사님의 성향이 파악되는 순간 두려워지기 시작했는데, 차가 막혀 라이프치히 도착이 점점 늦어졌기 때문이다. 늦어지면 바흐에 대한 그의 인식 수준을 고려할 때 바흐 기념지를 건너뛸 수도 있다. 빈 미술관도 그랬는데 이즈음이야. 버스는 호텔로 일단 갔는데, 짐을 내린 직후 바뀐 가이드가 안내하는 첫 방문지는 성 토마스 교회. 만세다!
라이프치히에서 머문 호텔 전경. H2란 이름의 호텔인데 베를린에서도 보았기에 호텔 체인으로 보인다. 매우 깔끔한게 울나라 레지던스 호텔을 떠올리면 된다. 무엇보다 라이프치히 중앙역 바로 옆, 즉 시내 한복판에 있다!
호텔 앞에서 찍은 라이프치히. 도시의 극히 일부이지만 사람도 적고 깔끔하고. 구 동독 지역이었기에 죄다 재개발했기에 그럴 수도 있다. 요즘 독일 경제 사정이 안좋다는 소리 많이 들리고 구 동독 지역은 특히 인구가 빠져나간다는 중이지만 라이프치히는 드물게 증가하는 곳이라고 AI가 답한다. 뭔가 좀 작아보이는 느낌이었지만 중심 시가지가 컴팩트해서 그렇지 독일 내 대도시권 중 하나라고.
호텔에서 성 토마스 교회 앞까지 버스로 이동했는데 나중에 보니 이건 충분히 도보로 갈 수 있던 거리다. 해매는거 포함해 20분 내외면 충분한 듯. 여튼 성토마스 교회는 시내 중심에 있었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그날 밤 술마실 곳을 미리 눈여겨본건 양념.
이 교회가 어찌 생겨먹었는지는 별로 안중요하다. 그저 바흐의 주 활동 무대였단 사실이면 충분하지 뭐. 어쨌건 여기에, 동상 앞 사진까지 박고 나니 Lucy 를 마주친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이 여행은 대성공이란 생각이 몰려온다. 이들 둘다 여행 사전에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무엇이다. 교회 옆에 세워진 동상 정면에는 바흐 박물관이 있는데 여길 못간건 충분히 안 아쉬워해도 된다.
이 와중, 박사님과 가이드가 몇마디 나누더니 교회 쪽문 앞에서 교회 관계자(?)와 가이드가 또 뭐라 이야길 나누더니 일행 전부가 교회 내부로 입장. 또다시 만세! 이미 교회 내부 관람 시간이 지났음에도 들어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던거다.
바흐가 오랜시간 칸토르로 재직했 성토마스 교회 정면 외관. 그간 거대한 성당만 마주쳐서 그런지 아담해 보인다. 그냥 고딕 양식인데 뭔가 좀 납작한 느낌이다 싶어 뒤져보니 바로크식 요소가 들어가서 그렇단다. 공간감 강조가 그렇다고.
성 토마스 교회 내부. 바닥의 철판은 이곳에 바흐가 묻혀있음을 나타낸다. 화려한 스테인글래스와 예수가 매달린 십자고상은 같은 개신교임에도 울나라의 그 것과 루터교가 얼머나 다른지를 상징한다. 카톨릭 성당과 다를게 전혀 없다.
대망을 이루어냈으니 이제 라이프치히를 떠나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는 내 생각이고, 그 옆의 성 니콜라이 교회에서 가이드가 독일 통일 관련 역사적 이벤트에 관한 썰을 풀더니 왠 골목으로 이끈다. 이어 건물에 둘러싸인 작은 광장 정면 중앙에 왠 동상이 있다.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Leibniz)의 동상이라고. 그리고 여기가 라이프치히 대학교라 한다.
내가 바흐 동상을 만난 것처럼 박사님 포함 다들 감격해서 라이프니츠 동상 기념 사진을 찍지만 정작 나는 시큰둥했다. 내가 아는 그는 뉴턴과 함께 미적분학을 만든 인물이자 누가 먼저 만들었니를 두고 국가 수준에서 싸움을 일으킨 정도이다. 근데 지금 찾아보니 어머나, 오히려 볼츠만보다 S/W 엔지니어로서의 내게 더 의미는 사람일 줄이야. 그는 이진법의 설명(Explication de l'arithmétique binaire)이란 논문을 통해 이진법의 규칙과 연산을 정리했다는데, 정보 엔트로피의 단위가 bit이고, bit 역시 이진법임을 고려하자면!
역사적으로 독보적 위치에 있다는 라이프치히 대학교, 그리고 라이프니츠(Leibniz) 동상 앞에 모인 우리 일행. 이 양반 역시 S/W 엔지니어의 아버지 격이였음을 지금에 와서야… 이 대학 뿐 아니라 라이프니츠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바흐와는 달리 이 앞에서 사진 찍을 생각조차 안했으니…
라이프니츠만큼이나 관심없이 지나쳤던 라이프치히 대학교. 이 역시 잠시 뒤져보니 프라하의 카를 대학교에 이어 신성로마제국 지역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대학이자 유럽 지성사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기술한다. 잠시 여기 출신 유명인만 나열하자면, 라이프니츠 뿐 아니라 하이젠베르크, 니체, 괴테, 바그너, 슈만, 메르켈… 장님인 나를 탓해야지. 월말 김어준에서 언급되었지만 방문지에서 제외된 괴팅겐 대학교에 대한 아쉬움은 이걸로 충분히 보상되고도 남겠다.
여길 나오면 커다란 광장이 나타나는데 지금보니 아우구스투스란 거창한 이름을 가진 광장이다. 가이드가 한참을 여기서 뭔가 설명했는데 기억나는 거라곤 뭔 콘서트홀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는 정도.
성 니콜라이 교회. 동독 공산정권 붕괴의 기폭제가 된 월요 시위(Montagsdemonstrationen)가 발생한 곳이라고. 여기서 매주 월요일 평화 기도회를 하던 시민이 거리로 나와 시위하고 이게 전국으로 확산되었다고.
아우구스투스 광장에서. 좌측 옆에 잘린 건물이 오페라하우스이고 중앙을 차지하는 건물의 정면에(즉 사진에 없는) 콘서트 홀이 있다. 중앙의 건물은 지금보니 걍 호텔이다. 가이드 설명 안듣고 딴짓 중이었으니 이런 엉뚱한 사진이나 찍고 있지 ㅋㅋㅋ
라이프치히에서의 발자취. 오른쪽 끝이 머문 호텔의 위치, 좌측 끝이 성 토마스 교회로 끽해야 도보로 20분 내외면 갈 수 있는 짧은 거리이다. 꽤나 지도를 확대해서 그렇지, 라이프치히의 극히 일부만 다닌 셈이다. 가장 밑의 사진이 아우구스투스 광장, 바로 윗 사진이 라이프치히 대학교.
근처 좀 있어보이는 독일 요리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는데, 이 음식 역시 무지 짜다. 오스트리아 가이드의 말, ‘독일 전통식은 원래 짜요’가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그나마 안 짠 크뇌델(Knödel)이라 불리는 감자 으깬 동그랑땡만 먹고 나머지는 죄다 남겼다.
저녁 식사였던 고기는 롤라데(Roulade)라 불린다고. 얇게 썬 소고기에 베이컨, 양파, 피클 등을 넣고 둘둘 말아 육수에 끓인 음식이라 Gemini AI가 전한다. 여하간 짜서 거의 대부분을 남겼다.
우리조의 남자 + 팀장님이랑 한 컷. 날 원래 우리조끼리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어찌저찌 삑사리가 나서 실패. 또 어찌저지 남자 조원끼리 한 테이블을 쓰게 되었으니.
저녁 먹고 호텔로 도보 이동하며 공식 하루 일정 마무리. 호텔 가는 도중에 일행 한 명이 내게 바흐에 대해 묻길래 몇몇 바흐 특징과 함께 대위법을 설명했다. 내가 괜히 버스에서 도파민 분출된게 아님을 증명하기위해 더 열심히.
여하튼, 기껏 예까지 들어가며 설명했더니 ‘그게 가능하냐’란 의심성 반응이 들어온다. 난 이에 ’그걸 내가 어찌 아냐, 괜시리 바흐를 좋아라하는줄 아냐‘라 쏘아붙였더니만, ‘왜 화를 내욧!‘이란 예상치 못한 반격을 받았으니. 결국 나의 깨갱으로 이 싸움이 끝났다. 뭔가 억울하다…
여튼, 이후 바흐 작품 추천까지 요청하길래 엄선해서 다수를 보내줬다. 정말 다 들었는지는 의문이지만. 대위법을 정말 이해했는지 이후 숙제 검사할 기회가 어쩌다 생겼는데, 얼추 맞게 설명했는지라 다 들은 걸로 치겠다. 
호텔 도착하자마자, 아까 물색해둔 술집 동네로 이동. 그래봤자 아까의 동선이던 구시가지 안이다. 관광객도 많지 않고 깨끝하고 뭔가 새련된게 라이프치히 딱이란 생각이 든다. 늦게까지 여는 술집 찾아 맥주를 들이키며 이 탐사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통된 의견은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상당하다는거.
그렇게 술자리를 마치고 곱게 호텔가서 취침하는 것으로 라이프치히 여행은 끝났다.
이렇듯 야외에서 있어빌리티 있는 곳에서 마셔야 맛이지. 그간 외진 곳의 호텔 내에서 참 후질구래하게 힘겹게 마셨다. 좌측에서부터 나, 여행 내내 오랜 시간 함께했던 교사 동생님, 그에 못지 않게 함께 보낸 룸메이트 형님, 나의 몸 관리 상태에 반성을 불러일으킨 아시아나 기장 형님과.
독일 프라이베르크(Freiberg), 포츠담(Potsdam)으로 이어집니다.